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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40% 줄고 손님은 짜증… ‘일회용컵 보증금제’ 삐걱

입력 : 2022-12-15 20:00:00 수정 : 2022-12-16 13: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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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세종 시범운영 2주… 현장선 아우성

“보증금 안내하면 손님 발길 돌려
‘300원 받으러 세종 오냐’ 따져”

매장 3분의1 ‘보이콧’ 형평 논란
참여한 카페들 매출 하락세 뚜렷
반납시 세척 규정도 실효 떨어져
“환경보호 좋지만 제도 엉성” 비판

“일회용컵을 반납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면서 저한테 욕을 하더라고요.”

지난 2일 세종시청 꿈앤카페 직원이 카페 입구에 설치된 일회용컵 간이회수기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최근 손님에게 거친 욕설을 들었다. 지난 2일부터 세종과 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범 시행돼 “일회용컵을 사용할 땐 3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안내했을 뿐인데 봉변을 당했다. 손님은 “나는 세종에 사는 게 아니라 타지에서 잠깐 들른 건데, 300원 받으려고 나중에 다시 세종에 오란 말이냐”며 A씨에게 화를 냈다. A씨는 “손님들이 제도를 잘 모르고 무엇보다 너무 싫어해서 매번 안내하는 것도 지친다”고 했다.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시행되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 초기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정부는 시범 시행을 통해 전국 확대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형평성 결여 등 제도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제도를 전면 수정해야 할 판이다.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는 “개인 카페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우리만 부담을 진다”며 보이콧하고 있어 문제 해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더 내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당초 지난 6월부터 전국 시행 예정이었으나 12월로 연기됐고, 지역도 제주와 세종으로 한정됐다. 100곳 이상 점포를 가진 프랜차이즈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업종이 적용 대상으로, 개인 카페 등은 제외됐다.

 

제도가 시범 시행된 지 2주가 됐지만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무엇보다 특정 가게만 적용 대상에 해당되다 보니 ‘형평성을 잃은 제도’라는 반발이 극심하다. 세종과 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대상인 매장 중 3분의 1 정도는 보이콧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세종·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작된 가운데 제주국제공항 내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지난 14일 세종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만난 점주 B씨는 “제도 시행 전 일회용컵에 붙여야 하는 라벨(개당 300원)도 미리 사뒀지만 막상 시행 당일이 되니 참여할 엄두가 안 났다”며 “손님들이 300원을 더 내느니 다른 카페로 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도 시행에 참여한 매장은 벌써부터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제도를 따르는 매장 점주들은 “보증금제 안내를 받으면 난색을 표하며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일회용컵을 줄이기 위해 시행된 제도인데, 모든 가게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보니 외려 적용 대상 가게의 매출만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A씨는 “시행 전과 비교해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고 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C씨는 “요즘은 배달 주문이 하나도 안 들어오는 날도 있다”며 “원래 11월보다 12월 매출이 훨씬 높은데도 올해는 11월에 비해 30∼40% 매출이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일부 개인 카페의 경우 출입문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제외 대상 카페’라고 써붙이며 이를 홍보에 역이용하기도 한다. 세종에 사는 김모(39)씨는 “커피를 사러 카페에 갔다가 보증금제 안내문을 확인하고 나와서 보증금제가 적용되지 않는 카페를 찾아간 적도 있다”며 “보증금제 시행 후 일회용컵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카페를 안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일회용컵을 이용한 손님들이 컵을 씻은 뒤 반납하는 게 권장 사항이지만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점주들은 손님에게 ‘씻어 와야 한다’고 요구했다가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생길까 두려워 컵을 회수해 직접 씻고 있다고 했다.

 

환경보호를 위한 제도가 일부 점주의 부담을 가중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활용품 회수가 정착돼 있는 해외 국가의 제도를 눈여겨봄 직하다.

 

핀란드의 경우 제품이 생산될 때부터 캔, 페트병 등 재활용품에 보증금을 매기기 때문에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없다. 또 개별 매장이 아닌 대형마트에 회수기를 설치해 반납의 편의성도 높였다. 세종의 한 카페 점주는 “대의를 위해 제도에 기꺼이 참여할 용의가 있지만 현재의 엉성한 제도하에선 우리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세종=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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