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13개월째 인구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4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순유출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순유출 속도가 더 빠르다. 제주살이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는 가운데 적은 일자리와 높은 물가·집값 등 팍팍한 현실이 순유출 확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제주도와 통계청의 ‘국내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8월까지 제주는 매달 인구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에만 누적 순유출 인구가 2667명에 이른다. 제주로 전입한 사람보다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떠난 사람이 이만큼 더 많다는 의미다.
제주는 2010년부터 제주살이 열풍이 불면서 전국에서 인구 유입이 유출보다 많은 몇 안 되는 지역이었다. 대도시의 고단한 삶보다는 제주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거나 창업을 하고 싶다는 30~40대부터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제주에서 시작하겠다는 50~60대, 제주의 자연 속에서 예술활동을 하려는 문화예술인 등이 다양한 이유로 몰려들었다. 가수 이효리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잇단 제주살이도 제주에 대한 흥미를 끄는 요인이 됐다.
이 같은 훈풍에 힘입어 제주로의 인구 순유입 규모는 2015~2017년 3년간 매년 1만4000명대에 이르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을 겪으며 제주살이 ‘붐’도 서서히 가라앉았고, 지난해에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1687명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인구 순유출 속도는 지난해보다 훨씬 빠르다. 4월까지 순유출 인구(1857명)가 지난 한 해 순유출 인구를 이미 넘어섰다. 20대를 주축으로 제주를 빠져나가는 점 역시 청년 정책에 공을 들이는 제주도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제주살이 열풍이 식고,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현상은 당분간 반전 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나 비싼 부동산 가격 등 제주를 떠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들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사회조사보고서를 보면 제주 거주 10년 미만인 도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주 후 행복감(69.8%)과 자연환경(87.1%)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일자리 및 직업(20.6%), 경제활동과 소득·생활물가(18%)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이들 항목에 대한 불만족은 각각 36.7%, 48.2%로 집계됐다.
2009년 제주 이주 이후 제주살이에 대한 책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쓴 홍창욱 공심채 농업회사법인 대표는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주했으나 일자리 때문에, 또는 막상 살아보니 쉽지 않더라는 이유로 돌아가는 사례를 주변에서 많이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