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영갑(1957∼2005)의 갤러리가 문을 닫았다. 제주 중산간 비경을 카메라로 담다가 루게릭병으로 죽은 고 김영갑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이달 1일 장기 휴관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폐관은 아니다. 박훈일(56) 관장에 따르면 4개월 휴관 뒤 11월 1일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갤러리 앞에 써 붙인 갤러리 휴관의 이유는 ‘내·외부 시설 정비’다. 그러나 차마 알리기 어려운 사연이 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의 이유근(81·제주오라요양병원장) 이사장이 속사정을 들려줬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갤러리 방문객이 뚝 떨어졌습니다. 박훈일 관장도 2년 넘게 월급을 못 받았어요. 다른 갤러리 직원들도 월급이 밀렸습니다. 일단 급한 사정부터 해결하고 가을에 다시 문을 열 생각입니다.”
영갑은 충남 부여 출신의 사진작가다. 제주의 풍광에 홀려 1985년 섬으로 넘어왔다. 루게릭병에 걸린 건 1990년대 중반이고, 확정 판정을 받은 건 1999년이다. 온몸의 근육이 마르는 병에 걸리기 전까지 그는 제주의 영혼 같은 풍경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죽고서 유명해졌고, 그가 죽고서 그가 사진으로 기록했던 오름도 유명해졌다. 대표적인 오름이 용눈이오름이다. 용눈이오름의 관능적인 곡선에 빠진 그는 용눈이오름 안팎에서 허구한 날 살았다. 탐방로는커녕 진입로도 없었던 시절, 용눈이오름은 소 풀어놓고 기르던 언덕배기였다. 지금은 아니다. 제주도에서 손꼽히는 명소다. 수많은 TV 프로그램에 등장했고, 탐방로 따라 야자 매트도 깔렸다. 방문객의 발길이 너무 잦아 2021년 2월부터 2년 6개월간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6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