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구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간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맛집으로 이름난 유명 고깃집에 갔다가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주산(産) 흑돼지 2인분 가격이 5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제주산이니 물류비용도 육지보다 덜 들텐데 서울보다 비싼 이유를 잘 모르겠다”면서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살다 몇 년 전 제주에 정착한 주부 김모(62)씨도 제주의 물가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김씨는 “딸기나 사과처럼 제주에서 잘 나지 않는 육지산 과일들은 원래도 비쌌지만, 요즘은 한 상자에 3만원을 넘다 보니 쳐다도 안 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국민일보가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지난달 제주 지역의 농수산물, 외식, 개인서비스 등 생활에 밀접한 40개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품목에서 전국 평균보다 더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재료나 외식 물가가 전국 평균을 웃도는 게 많았다. 지난달 제주의 돼지고깃값은 22.0% 상승, 전국 평균(10.9%)의 두 배를 웃돌았다. 계란값도 27.8% 올랐는데 전국 평균 상승률(15.9%)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채소류나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제주의 배춧값은 75.4% 뛰었다. 전국 배춧값이 56.7% 오른 것에 비하면 더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깻잎 가격은 전국 평균 2.9% 오르는 데 그쳤지만, 제주에서는 40.5%나 뛰었다. 명태 가격은 전국적으로 2.7% 떨어진 반면, 제주에서는 2.2% 올랐다.
관광객 수요가 많은 품목을 중심으로 전국 평균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달 제주의 생선회(외식) 가격은 16.1% 상승, 전국 평균(9.4%)의 2배에 가까이 올랐다. 쇠고기(외식) 가격도 10.5%로 8.0%인 전국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커피(외식)와 빵값 상승률도 각각 2.6%, 8.2%로 전국 평균(커피는 1.6%, 빵은 7.5%)보다 높았다. 김씨는 “외식을 하더라도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들은 비싸서 안 간다”고 말했다.
이러니 지난달 제주 지역 전체 물가 상승률은 4.6%로 전국 평균(3.6%)보다 1.0%포인트 높았다. 특히 ‘3%대’ 물가 상승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주의 물가 상승률은 대체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물류 의존도가 높은 제주도 물가는 다른 지역보다 더 뛸 수밖에 없다. 내국인 관광 수요가 증가한 것도 외식비 등 가격 인상 요인”이라고 말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201만3924명으로 1년 전(1023만6445명)보다 17.4% 늘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설 연휴 기간 닷새 동안에도 제주를 찾은 방문객은 20만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 - 국민일보